기억을 되살리며

2013. 1. 8. 22:38▶사진 한 장




촬영일자 : 2011.06.06

촬영장소 : 경부선 세마역


PP가 운행을 안한지도 이제 3일이다.

겉은 무지 매끈하게 생겼고, 그 매끈함만큼 내부도 아주 편안했던 열차.

그 새마을호 동차가 며칠 전 운행을 중단해, 더이상 본선에서는 만날 수 없게 되었다.

작년, 철도사진을 본격적으로 찍기 시작할때는 열차번호고 새마을호고 뭐고 상관없이 그저 사진을 찍었었다.

물론 그들 중에는 멸종한 PP새마을호도 있었고, 7000호대 기관차들도 몇대 있었다.


그 당시에는 스스로 흔하다고 여기고 지나가도 별로 관심을 주지 않았는데

작년 초부터인가 맥없이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더니 갑자기 모두 없어진 것이다.


이 PP를 처음 타본 기억은 4년 전, 2009년 10월이었다.

그때는 지금보다 PP동차의 운행도 훨씬 많았었다.

지금도 처음 탄 그 날짜를 기억하고, 열차번호도 기억나는데 마침 열차번호가 생일과 같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.

항상 버스로만 타고다니던 곳을, 새마을호를 타고 가니까 느낌도 새로웠다. 그 편안한 의자에서도 설레서 잠도 안왔을까.

오죽했으면 그 때 집에다 그 편한한 좌석을 몇개 갖다놓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을까.

처음 새마을호를 타봤던 그 때 이후, 마지막으로 타본 것이 작년 가을이었다.

그때는 없어진다는 것을 알았지만, 자금상 영등포-수원의 극히 짧은 구간밖에 타보지 못했다.

이것을 마지막으로 PP는 영원히 운행을 하지 않게 되었다.


이 기억들을 뒤로 하고 우리들은 새로운 열차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.

시대의 흐름에 맞춰서 빠르고, 쾌적하며, 친환경적인, 그런 열차가 올 것이라 믿고,

한때 최고등급열차였던 새마을호의 위상을 어느 정도 살려놓을 것이라 생각한다.

다만 그 때에도, 이전의 기억들을 되살릴 수 있게, 

PP의 느낌이 나는 좌석이라도 최대한 재현해서 설치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.

정말 그 좌석은 세계의 어느 의자, 소파에 비교해서도 편안함에서는 절대 뒤지지 않는 것이다.

현대식으로 재편성되는 신규 차량에도 그 좌석만큼은 꼭 재현되었으면 한다.


나는 객차형 새마을호는 절대 따라올 수 없는 PP만의 그 편안한 승차감과,

 다른 디젤 차량에서 볼 수 없는 신속함을 잊지 못할 것이다. 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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